13일의 금요일

달을 향해 가던 '아폴로' 13호 우주선이 도중에서 고장을 일으켜 달 착륙을 포기하고 돌아온 사건은 아직도 회자된다. 그때 전세계 사람들은 우주선이 남태평양에 무사히 착수하기까지 손에 땀을 쥐며 경과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 '아폴로' 13호의 발사일시가 4월 11일 13시 13분이었고 비행 중 13일에 첫 사고가 발생한 데서 13이란 숫자가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엔디 워홀의 최후의 만찬

유럽에서 13을 싫어하게 된 까닭으로서는 흔히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을 베풀었을 때 거기 참석한 사람의 수가 13명인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예수와 그의 12제자, 12저자중 하나인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반하여 팔아 넘김). 또 그리스도가 죽은 날(서기 13년 4월 7일)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13일의 금요일을 가장 불길한 날로 치는 습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반면에 13이 불길한 숫자로만 상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오히려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사용되기도 한다.

프랑스 등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13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전통이 남아 있어서, 5월 1일 봄맞이 축제(메이 데이)에 13개의 은방울이 달린 꽃으로 장식을 한다. 그리고 결혼 13주년을 기념하고 이후의 결혼 생활을 축복하기 위해 '은방울꽃 결혼식'을 갖는다. '은방울꽃 결혼식'은 결혼 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의식을 말한다. 이 때도 은방울이 13개 달린 꽃으로 장식한다.

* 은혼식(銀婚式): 서양 풍속에서,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의식. 부부가 서로 은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

* 금혼식(金婚式): 서양 풍속에서, 결혼한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의식. 부부가 서로 금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죽을 사(死)자와 숫자 4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4자를 싫어하여 병원이나, 호텔엔 4층이 없고 군대에 4사단 혹은 4연대 등이 없는데 일종의 징크스(jinx)나 액(厄, 모질고 사나운 운수)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권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오히려 4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4는 오랜 세월 동안 4방위, 4주, 4계절 등으로 익숙히 사용되었다. 다양한 관용어를 만들어 냈다. 4라는 숫자의 핵심은 나 또는 우리를 중심으로 하여 동서남북의 사방이 나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중앙을 지켜줄 수 있으며, 이렇게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은 보호와 '전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파악되고 있다. 사해(세계, 온 천하), 사민(곧 온 백성), 사천왕, 사고(생노병사), 사군자(매난국죽), 문방사우(붓, 먹, 종이, 벼루), 사상의학(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은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들 한다. '나'라는 불완전한 '인간'을 중심으로 사방의 기둥에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네 가지 요소를 배열함으로써 비로소 중심이 온전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