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북청 물장수. 출처/'대한제국멸망사'(1999, 집문당)

• 김동환(1901 - ?)/ 함북 경성 출생. 호는 파인. <금성>에 시를 발표, 데뷔한 이후 잡지 <삼천리>와 순문예지 <삼천리 문학>을 간행했다.
우리나라 신시사상 최초의 서사시집 <국경의 밤>(1925)을 출간하여 문단적위치를 확고히 했고 시집으로 <승천하는 청춘>(1925), <해당화>(1942) 등을 발표했으나 6.25 때 납북되어 생사불명이다.

* 지금이야 수도 꼭지를 돌리기만하면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예전엔 공동우물에서 식수를 길어와야 했다.

1800년 초 물사정이 형편없었던 시절(근대적 상수도 시설이 전무했던) 그 때 사람들에게 물을 길이다 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전문 직업이 있었다. 그때 한 함경도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우물물을 길어 각 가정에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다. 집에서 편하게 물을 받아 먹게 된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서비스를 원해서 물장수에 대한 수요가 넘쳐났다고 한다. 당시 물장수는 나무 물통이나 양동이 둘을 긴 나무에 매달고 어깨에 걸치고 물을 지고 날랐다. 보통 약 30ℓ짜리 물지게를 지고, 한 사람당 10~20 가정을 상대로 물 배달을 했다고 한다. 특히 북청 물장수들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서울의 물장사 상권을 장악했고, 북청 출신이 아니면 물장수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