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푯말이 되어 살고 싶다, 의상대 해돋이/ 조종현

나도 푯말이 되어 살고 싶다

1
나도 푯말이 되어 너랑 살고 싶다.
별 총총 밤이 들면 노래하고 춤도 추랴
철 따라 멧새랑 같이 골 속 골 속 울어도 보고.

2
오월의 창공보다 새파란 그 눈동자
고함은 청천벽력 적군을 꿉질렀다.
방울새 손가락에 건 채 돌격하던 그 용자

3
네가 내가 되어 이렇게 와야 할 걸,
내가 네가 되어 이렇게 서야 할 걸,
강물이 치흐른다손 이것이 웬 말인가.

의상대 해돋이

천지 개벽이야!
눈이 번쩍 뜨인다.

불덩이가 솟는구나.
가슴이 용솟음친다.

여보게,
저것 좀 보아!
후끈하지 않는가.



• 조종현. 1906년 전남 고흥 출생. 본명은 용제. 호는 천운. 일본 추우오오불교 연꾸원 졸업.

시인은 13세 때 불문에 귀의, 1932년 혼인하고 대처승의 길을 걸었다. 16세에 순천 선암사로 출가해 한용운이 이끈 항일비밀결사체 ‘만당’의 맹원으로 활동했고, 일제의 조선불교사찰령을 거부한 민족운동가다. 광주서중·보성고 교사를 거쳐 우석고 교장을 지냈고 1927년 조선일보에 동요와 시조를 발표하면서 등단해 시조집 ‘나도 푯말이 되고 싶다’ 등 6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주요 작품으로 (천애의 고아) (파고다의 염원) (가을비 가을바람) 등이 있다. 1989년 타계했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부친이다. 4남 4녀를 두었는데, 조정래 작가가 차남이다. 조 작가의 아내 김초혜 시인은 20세인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대표작 ‘사랑꽃’ 연작이 있다.